봄의 전령사가 기나긴 겨울잠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속삭입니다. 봄 소식을 알리는 전령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절기상으로 입춘이나 달력으로 3월이겠죠. 그러나 자연현상을 가장 잘 반영하며 얼어붙은 대지를 깨우는 봄의 전령사는 바로 우리 들꽃(야생화)입니다. 그 삼총사는 변산바람꽃, 복수초, 그리고 노루귀입니다.
변산바람꽃
야생화를 좋아해 전문적으로 야생화 사진만을 담는 작가들은 2월이 되면 마음은 이미 변산반도에 가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을 맞기 위해. 남쪽 따스한 바람을 가장 먼저 맞는 꽃님이가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지난 2월 중순에 아내와 변산반도로 야생화 출사를 했습니다. 변산 아가씨, 곧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한 부부여행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한 고개를 넘는 등산을 했습니다. 고갯길을 내려 골짜기에 이르니 스치는 바람이 달랐습니다. 그야말로 따스한 봄바람입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에 비친 하늘색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그리던 변산바람꽃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라고 자연은 말합니다.
다소 실망감을 갖고 다시 고갯길을 오르는 산행을 해 또 다른 곳을 찾았습니다. "결국, 만났습니다. 변산바람꽃을!"
▲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하얀 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했는데, 변산바람꽃 역시 하얀 면사포를 쓰고 있습니다.
▲ 사진을 찍기보다 직접 보며 감상하길 좋아하는 아내는 말합니다. "여보, 변산 아가씨들이 합창단을 구성했네요. 여기 지휘자가 있고, 또 단원들이 있어요. 환한 미소로 봄 노래를 불러요!"
2010년 봄에는 3월이 되어도 눈이 많이 내리고 그것도 자주 내립니다. 변산바람꽃이 피기 시작한 지도 벌써 두 주간이 지났어도.
특히 가을 단풍이 물들 때면 남한의 금강산으로도 불리는 대둔산입니다. 가을 풍경 못지않게 눈 풍경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대둔산 골짜기가 얼어붙은 듯하지만, 양지 바른 경사면에는 봄소식이 흐른답니다.
복수초
또 다른 봄의 전령사는 복수초(福壽草)입니다. 황금 복을 누리며 장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꽃말을 가진 들꽃입니다. 대둔산의 한 골짜기에서 복수초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눈이 내린 다음 날에요.
▲ 복수초가 춘삼월에 갑자기 내린 눈 한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모습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따뜻한 기운으로 주변에 있는 눈을 녹이는.
▲ 봄의 전령사를 설중화(雪中花)로 담는 것도 아름답지만, 이처럼 봄을 느끼게 해 주는 기운을 머금은 생동적인 모습을 만나면 더 없이 기분 좋습니다.
노루귀
봄의 전령 삼총사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들꽃은 노루귀입니다. 노루를 생각하면 야성미가 떠 오르겠지만 노루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약하디약한 몸매에 가느다란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른 아침에 만난 노루귀입니다. 갑자기 내린 춘삼월 폭설에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바위에 기대 누워, 이른 아침 햇살에 얼은 몸을 녹이며.
▲ 잔설(殘雪)을 앞에 두고 당당한 모습을 하는 하는 노루귀입니다.
우리 삶이 희망 가득한 봄날이 되길 소망합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변산바람꽃, 복수초, 그리고 노루귀가 얼어붙은 우리 마음을 일깨우며 희망을 속삭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삶의 역동성을 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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