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힘. 고2인 딸의 글쓰기 훈련 차원에서 봉사활동 뒷 이야기를 작성한 내용이며, 사진은 아내가 찍은 것임.
“제2회 찾아가는 전통문화체험” 봉사활동 이야기
김효경 (한밭고 2)
“갈마 청소년 문화의 집”에 임원으로 있는 친구에게서 주말(5월 9일)에 갈마동에 있는 한마음동산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는데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하겠다고 했다. 평소에 친구에게서 문화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 처음 그 곳에 방문했을 때 크게 낯설지 않았다.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친근하고 좋은 아이들 같아 보여 마음이 편했다.
노란 조끼를 입고서 활동을 시작했다. 준비물 같은 것은 이미 모두 구비가 되어있어 우리가 할 일은 행사가 시작되었을 때 각자 맡은 부스에서 열심히 하는 것과 뒷정리뿐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준비된 프로그램은 대형 윷놀이, 투호, 부채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줄다리기, 줄넘기, 제기차기, 물 풍선 터트리기 등으로 전통놀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로 다양했다. 나는 그 중에서 친구와 함께 페이스페인팅에 배정 되었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후 2시부터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주어진 전통문양 도안대로 그려줘야 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림에는 소질이 없어서 많이 긴장됐다. 행사 전에 연습을 할 때 너무 추상적인 그림으로 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방문하는 친구들이 원하는 것 그려주기로 결정했다. 막상 시작 되니 너무 바빠서 다른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아이들을 받았다.
우리 부스는 페이스페인팅이었지만 얼굴에 그림 그리는 게 부끄러웠던지 손과 팔에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친구들은 얼굴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달라고도 하고, 중학생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예인 혹은 만화의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사이인 남학생 둘이었는데 서로 가위 바위 보로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이 시키는 대로 손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었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갈려서 결국에 이긴 사람의 주문은 손가락은 모조리 빨간 색으로 칠한 다음 손등은 무지개모양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그리면서 정말 내가 페이스페인팅이라는 것을 하고 있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받았지만 나는 너무 자신감이 없어서 오는 친구들에게 ‘미안해’, ‘못 그려서 화났지’ 하는 말만 한 백 번은 한 것 같다. 그 점이 좀 후회가 된다. 어떤 남학생이 주문한 어려운 모양을 그릴 엄두를 못 내자, 그 학생은 “일단 한 번 그려봐요”해서 그렸더니,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해요. 잘만 하는구먼!”해서 감동받았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 그린 그림들이 많아서 여자 친구들은 “아니에요 귀여워요. 예뻐요!”하면서 위로해줬지만 몇몇 남학생들이 “대략 헐이네요”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아끼지 않아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그려줄걸…….’싶었다.
내가 이렇게 바쁘게 2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한 페이스페인팅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림을 그려주는 동안에 많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던지는 질문들은 ‘어디학교에 다녀?’, ‘지금 쓰는 이름 남자친구이름이야~?’ 이런 상투적인 질문들뿐이었지만 내가 나름대로 이끌어가는 대화에 친구들이 재밌어 하니, 그게 가장 흐뭇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은 채로 2시간을 있었던 나의 얼굴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빨개졌고 팔은 폴란드 국기처럼 옷을 입은 부분과 안 입은 부분이 빨갛고 하얀 부분으로 나뉘어 버렸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얼굴과 팔이 따끔따끔 거리기는 했지만 ‘정말 내가 봉사활동을 했다’는 증표로 생각하니까 뿌듯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평가회의”를 했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이나 장단점을 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물 풍선 터트리기에 있었던 친구들은 옷이 젖어서 말리는 중이었고, 줄넘기에 있었던 친구들은 모래를 많이 먹었다는 것 등 다른 친구들도 매우 힘들고 피곤해보였다. 지친 기색이 가득했지만 다들 얼굴만은 미소가 가득 했다.
이번 행사는 엄청 크지도 않은 동네 공원에서 한 소박한 행사이기는 했지만,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있었으리라고 본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때만 해도 인터넷이 많이 보급됐지만 친구들은 인터넷을 잘 할 줄 몰라 밖에 나와 많이 뛰어놀았었다. 반면 요즘은 정말 기기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여서인지 밖에서 만나도 함께 PC방에 가거나 닌텐도와 같은 통신 게임기로 노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번 행사에 있던 프로그램들은 요즘 어린 친구들이 즐기는 게임들에 비해 매우 단순한 놀이들이었지만 그만큼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문화의 집의 이러한 다양한 행사들이 기계 때문에 피로해져있는 아이들의 눈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 매우 뜻 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이런 행사에서 즐기기만 해봤지 직접 진행에 참가해본 것이 오랜만이어서 많이 서툴기는 했지만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도 즐거웠으리라 믿고, 나와 함께 활동한 친구들과 지도 선생님들 또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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