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레네 이야기/에이레네家 사는 법

가정의 달, 집으로 여행하기

에이레네세상88 2009. 5. 7. 09:52

월요일이면 집을 떠나 근무지로 출근한다. 대전에서 이천으로. 전적으로 주말부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떠나면 4일 정도 근무지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휴일이 있어 하루를 쉬는 날이면, 집에 가야할 지 아니면 근무지에 그냥 있어할 지를 두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2006년 삼일절 공휴일에 대전 집으로 갔다가 3월 2일 출근길에 눈길 차량 전복 사고를 경험한 바 있어 더 곰곰히 생각한다.

 

지난 어린이날 이야기이다. 월요일에 대전에서 이천으로 출근해 무려 8시간을 강의하고 아예 작정하고 집으로 여행했다가 어린이 날을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수요일에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비용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불혹의 나이 중턱을 넘어서면서 느끼는 바는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과 행복한 추억만들기의 가치이다. 이런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재산이다. 이른 아침에 2시간 운전, 8시간 강의, 다시 2시간 운전은 피로를 불러오지만 그래도 가족, 이번에는 장인과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여행을 했다.

 

이번 집으로 여행은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아침 축구이다. 불혹의 문턱에서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 축구이다. 부실한 다리로 축구하다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파열하여 재건술하고 재활해 다시 운동하고 있다. 대전 갑천에 자리한 축구장에서 한 게임 뛰는 재미는 중년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9시 즈음, "이제, 집으로 가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시다!"

 

둘째, 장인과 장모님 식사 대접하기이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몇 일 전부터 외가집에 가고 싶다고 졸랐다.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28일이 생일이어 외할아버지께 생일축하 받고 싶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하여튼 아들만 데리고 우리 부부는 처가로 향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집에서 시험공부하고...... (한국의 고등학생들, 참 고생많다!) 이른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메뉴를 정하고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 모 식당으로 갔더니만 "금일휴업"이란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고기에 냉면을 잡수시겠다고 하시기에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인근에 있는 모 식당으로 향하는데 어린이날 특별행사로 인해 도로가 거의 주차장 상황이다. 그래도 두 어르신이 원하시는 식사를 대접하는데 성공했다. 평소에는 티격태격을 잘 하시는 편이시만 이 날에는 기분좋게 부라보도 하시며 웃음꽃을 피우셨다.

 

 

셋째, 어린이 날 기념 축구 이벤트 참여 및 관전하기이다. 필자가 명예기자(사진) 및 명예블로거로 활동하는 대전 시티즌은 어린이 날을 맞아 어린이 무료 입장 및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어린이 팬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을 마련했다. 아들 녀석은 "신명나게" 참여하며 즐긴다. 물론 장인과 장모님도 모셨다. 고희를 훌쩍 넘기신 당신들의 생애에 첫 입장이시란다. 대전 시티즌이 대구FC를 맞아 2-0으로 승리한 경기를 관전해 가족은 더욱 기뻤다. 시간은 벌써 늦은 오후가 되었다.

 

 

 

넷째, 처형댁에서 처가 식구 만찬이다. 아내는 축구경기가 끝나자 부모님을 모시고 아들을 데리고 처형댁으로 먼저 출발했다. 나는 인터뷰룸에서 김호 감독과 박성호 선수 인터뷰 취재하고, 유성에서 다시 가족을 만났다. 동서는 외식을 생각하셨지만 우리는 이미 밖에서 하루를 보낸 터라 그냥 집에서 "짜장면 시켜 먹읍시다"고 제안했다. 어린이 날을 맞아 기분이 업되어 더 천방지축인 세 명의 아이들에게는 식당보다 집이 더 편하고 자유로울 수 있기에. 네 가족이 모여 북적대면서 삽시간에 음미한 짜장면과 짬뽕 맛에 가미된 대화는 가정의 행복이었다.

 

가정의 달에 "집으로 여행"은 더 요구된다. 단지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만 보내는 집으로 여행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활력을 창출하는 "집으로 여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