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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한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동혁

에이레네세상88 2008. 2. 28. 21:20

참고. 아버지로서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딸에게 논술을 가르칠 목적으로 관람평을 쓰게 하고,

작성한 관람평을 관련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하게 한다.

펌글이며, 원글은 아래 주소에 있다.

http://www.djac.or.kr/kboard/board_view.php?code=stage&GotoPage=1&no=1046&rid=1046&sname=&sval=

 

 

                                                                               둥글둥글한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동혁


                                                                                                                                                                                                        김효경(한밭고 1)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황금의 손으로 평가 받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던 19일은, 정든 교복을 입고 중학교 교문을 나선 졸업식 날이었다. 전날, 아빠께서는 졸업선물로 리사이틀 표를 예매해주셨다. 아직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TV에서도 종종 보았던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많이 설레었다.

  아트홀 장내가 서서히 어두워지며 잠시 침묵이 흐르자, 설레며 기다렸던 임동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 등장하여, 피아노 손을 얹고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인사했다. 그의 연주가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에 자리한 나에게, 그의 얼굴이 거의 정면으로 보여서 좋았지만 건반을 치고 있는 손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두근거렸다. 그랜드피아노의 뚜껑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임동혁의 손이 비쳐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라도 손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진짜 손을 보지 못했다는 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임동혁의 피아노’를 느껴볼 수 있을까 했다.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책이 생각나서…… 주인공이 어렸을 때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장난감 삼아 놀면서 재능을 갖게 되고, 음악계에 그 명성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특별히 ‘누구의 피아노’라 하면서 같은 곡을 치더라도 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러나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많이 들어보지 못해서인지, 임동혁만의 두드러지는 특징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어느 한 피아니스트의 개인적인 특징을 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무지한 나지만, 임동혁의 인상이 부드러워서 그의 음악이 완만한 경사면을 굴러 내리는 구슬처럼 둥글둥글하다고 느꼈다. 내가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지만, 이렇게 건반을 가볍게 훑어 치면서도 온몸을 곡에 싣고 연주하는 임동혁의 피아노를 직접 듣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리사이틀을 한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느낌을 가지고 피아노를 친다는 게 정말 멋졌다. 1부의 연주가 끝났을 때 그리고 2부의 연주가 끝났을 때도, 의자에서 일어나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인사를 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했는가를 보여주었다. 2부가 끝난 후에 인사를 하고 그가 들어갔는데도 감동을 받은 관객들은 계속해서 박수를 쳤다. 황금의 손을 가진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그런 관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나와서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벌써 며칠 지났어도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던 임동혁의 모습은 언제라도 상상하면 흐려지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난다. 피아노시모의 빗질, 포르테시모의 핵폭탄, 스타카토의 망치짓..… 다른 지역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있을 리사이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큰 감동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또 두근거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