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아레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이르는 말이다. 축구를 사랑하며 대전시티즌을 응원하며 서포트하는 팬들에게는 희로애락이 깃든 샘이다.
지난 30일 대전시티즌의 김호 감독과 팬들의 대화가 대전월드컵경기장 서관 3층에서 있기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근처에 이르니 예상 밖의 리듬이 흐른다. "무슨 경기가 있나? 아닌데." 응원가는 아니다. 주차하고 들어가 보니 내일의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이 광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아, 저 불쌍한 잔디들..... 잔디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선수들도 들어가 훈련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데....." 정식 경기 외에는 선수들도 밟아 보지 못하는 곳에, 거대한 무대 장치와 빽빽이 들여 놓은 의자들...... 물론 잔디 위에 한 겹 깔았다지만 고통스러워할 잔디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무슨 공연이기에.
물론 대관 규정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거의 마지막 순이다. "체육활동 이외의 문화행사, 공연, 전람, 전시 등 행사." 그리고 사용조건의 기저에 있는 개념은 시설물 보호가 보다 우선이다. 무대 장치의 무게를, 체중을 실은 날카로운 의자의 무게를 약하디 약한 잔디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사용을 허락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가수 활동 40주년을 맞아 지방 순회하며 갖는 공연이다. 스포츠도 문화의 일부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할지라도 경기장의 주요 요소인 잔디를 손상시키면서까지 공연을 해야 할까?
문득 가난한 시민구단의 치부를 보는 듯하다. 재정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려는 듯해서 말이다. 대전광역시시설관리공단과 대전시티즌은 이런 식으로 재정적인 압박을 해결하기 보다 시민들에게 즐거운 축구장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그러면 보다 많은 관중들이 이곳을 찾으며 축구라는 문화를 즐기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 김호 감독 200승 축하 지난 5월 18일, 김호 감독 200승 축하행사가 진행되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모습이다.